
I Have a Dream.
누구에게나 소망은 있다.
평소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충분히 소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26년 10월 6일, 이 평범한 단어가 조금 특별한 자리에서 나왔다.
대한민국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장, 조희대 대법원장.
조 대법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업무추진비 사용을 둘러싼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은 카드를 직접 본 적도 없고, 식사비가 얼마인지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그동안 못 먹어보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게 우리 구성원들의 소망”
조 대법원장은 금액이 기준을 넘어간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시정하겠다고 했고,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말도 했다.
그러니 먼저 분명하게 해둘 것이 있다.
조 대법원장이 사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또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조 대법원장이 참석 인원을 사실과 다르게 적으라고 직접 지시했다거나, 그런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뉴스밥에는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소망’은 무엇을 설명하고,
무엇을 설명하지 못하는가.

① 먼저 확인된 사실부터 보자
뉴스타파는 2026년 상반기 조희대 대법원장의 서울 소재 식당 업무추진비 카드 결제 26건을 대상으로 주문내역 확인에 나섰다.
식당에서 주문내역이 포함된 영수증을 다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13건.
뉴스타파는 확인이 가능했던 13건 모두에서 대법원이 제출한 참석 인원과 실제 주문 내역으로 파악되는 식사 인원이 달랐다고 보도했고, 검증에 사용한 카드 영수증 원본도 공개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언론 보도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9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업무추진비 자료에 대해 참석 인원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대법원 측 설명은 이랬다.
원래 해당 자료에는 참석 인원을 적지 않았는데 국회에 세부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담당 실무자가 인원을 임의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아주 중요하다.
✔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관련 제출자료에 실제와 다른 인원이 적힌 사실 → 확인됨
✔ 법원행정처도 잘못된 인원 기재를 인정하고 사과 → 확인됨
✖ 조희대 대법원장이 그 숫자를 직접 작성했다 → 확인되지 않음
✖ 조희대 대법원장이 허위 기재를 지시했다 → 확인되지 않음
✖ 특정 기준을 피하기 위해 조 대법원장이 고의로 인원을 늘렸다고 단정 → 현재 근거 부족
이 구분을 하지 않으면 팩트체크가 아니라 추측이 된다.
이 글에서는 확인된 사실까지만 간다.
② ‘소망’은 식당을 설명할 수 있다
직원들이 평소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고 싶어 했다는 조 대법원장의 설명 자체는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직원 격려를 위해 좋은 음식을 함께 먹는 것 역시 그 자체로 불법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지점에서 하나 바로잡아야 할 것도 있다.
“1인당 5만원 넘으면 무조건 불법”은 아니다
현재 청탁금지법상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의 가액 범위는 5만원이다.
그러나 이 숫자를 모든 공직자의 모든 식사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청탁금지법은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등을 별도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 내부 구성원의 식사가 1인당 5만원을 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별도의 예산 집행기준을 위반했는지, 외부 직무관련자가 참석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제공됐는지는 각각 따져야 한다.
법은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번 문제에서도 정확한 기록이 중요하다.

③ 하지만 ‘소망’은 숫자를 설명하지 못한다
여기서 식사의 이유와 기록의 문제를 분리해보자.
“못 먹어본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다.”
이 말은 왜 그런 식당에 갔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다른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실제와 다른 참석 인원은 왜 적혔을까.
그리고 조 대법원장도 실제와 다른 인원 기재가 ‘소망 때문’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따라서 두 문제를 억지로 하나로 묶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확히 분리하는 편이 좋다.
식당을 선택한 이유 → 소망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실제와 다른 숫자가 기록된 이유 → 별도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뉴스밥이 궁금한 것은 바로 두 번째다.
④ 비슷한 일은 과거 어떻게 다뤄졌을까
그래서 정치인의 발언 대신 과거의 공식 기록을 찾아봤다.
그리고 이번 논란과 상당히 비슷한 형태의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방심위 업무추진비 회계검사
2023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식 회계검사 결과다.
보고서 제목부터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 및 지출결의서 허위작성’이었다.
보고서를 보면 실제 식사 인원과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서에 기록된 인원이 다른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예를 들어 실제 4명이 식사했는데 5명으로 적거나, 실제 3명을 4명으로 기록한 사례가 있었다.
특정 사례에서는 담당자가 업무추진비 집행단가 등을 넘긴 사실을 감추기 위해 실제와 다른 인원을 전달했고, 그 내용에 따라 사용내역서와 지출결의서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다고 방통위는 판단했다.
방통위는 관련 실무자에게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것도 대법원 사안과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방심위 사례에서는 조사 결과 누가 어떤 정보를 전달했고 왜 그렇게 처리했는지까지 상당 부분 확인됐다.
현재 조희대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논란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실제와 다른 숫자 작성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사례는 ‘같은 잘못이니 같은 처벌을 해야 한다’는 비교가 아니다.
공공기관에서 실제와 다른 참석 인원이 기록됐을 때, 그것이 단순한 식사 문제가 아니라 회계와 기록의 문제로 조사된 전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⑤ 그런데 여기에도 중요한 반전이 있다
방심위 사례를 가져왔다고 해서 “인원 숫자가 다르면 기관장은 무조건 처벌받는다”고 결론 내리면 그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당시 회계검사 결과 등을 이유로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이 해촉됐지만, 2025년 서울행정법원은 해촉 처분을 취소했다.
법원은 업무추진비 부당집행과 지출결의서 허위작성 등을 포함해 당시 제시된 해촉 사유들을 해촉을 정당화할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고, 해촉 절차에도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역시 이번 대법원 사건에 직접 적용되는 판례는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법이 책임을 다루는 방식을 볼 수 있다.
숫자가 틀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같은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누가 작성했는지.
누가 알고 있었는지.
누가 지시했는지.
왜 그렇게 작성됐는지.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는지.
그리고 각 사람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
따로 본다.
그것이 법이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⑥ “사정이 있었다”는 설명을 판단한 사례
조금 다른 공식 사례도 있다.
2016년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외무공무원 징계 사건이다.
당시 한 고위공무원은 자신의 배우자 등이 먹은 오찬비 64유로, 당시 약 8만1,970원을 업무추진비로 처리하면서 실제 식사자가 아닌 본인과 직원들이 식사한 것처럼 처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인정됐다.
당사자에게도 설명은 있었다.
배우자들의 모임 역시 기관 행사 준비와 관련된 공적 성격이 있었고, 회계담당 직원의 잘못된 조언을 받아 처리했을 뿐 회계질서를 어지럽힐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소청심사위는 해당 업무추진비 부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와 다른 내용의 지출결의서를 결재했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 사례 역시 과장해서는 안 된다.
해당 공무원의 징계에는 이 8만원대 업무추진비 건 외에도 다른 여러 비위가 함께 포함돼 있었다.
따라서 “8만원 잘못 써서 감봉됐다”고 표현하면 틀린 설명이다.
또 이 사례에서는 당사자의 허위처리 지시가 인정됐지만, 현재 조 대법원장에게 같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사례에서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다.
당사자의 ‘사정’이나 ‘의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고 해서 사실관계 확인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설명은 듣되, 문서와 실제가 일치하는지도 함께 확인했다.
⑦ 왜 ‘대법원장’이라는 자리가 중요한가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대법원장이 직접 숫자를 적은 것도 아니라는데 왜 대법원장 이야기를 계속하는가?”
좋은 질문이다.
그 이유는 이 글이 조희대 개인의 형사책임만을 따지는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법권을 법원에 맡기고, 대법원을 우리나라의 최고법원으로 둔다.
법원조직법 제9조는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은 단순히 식사 자리에 참석한 한 사람인 동시에 대한민국 사법행정의 최고 책임자다.
또 조 대법원장은 같은 날 국감에서 대법관 제청 문제를 설명하며 권력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강하게 강조했다.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에서 반드시 보호돼야 할 원칙이다.
그리고 사법부의 독립과 사법행정의 회계·기록을 검증하는 일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도 아니다.
오히려 독립된 기관일수록 자기 조직에서 생긴 문제를 어떤 과정으로 확인하고 바로잡는지가 중요하다.

⑧ 그래서 다시, I Have a Dream
사람에게 소망이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법관에게도 소망이 있고, 법원 직원에게도 소망이 있고, 우리 모두에게도 소망이 있다.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적인 돈과 공적인 기록이 등장하면 이야기는 한 단계 더 필요해진다.
소망은 왜 그 음식을 선택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와 다른 숫자가 왜 기록됐는지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 숫자는 숫자대로 확인하면 된다.
누가 적었는지.
어떤 근거로 적었는지.
왜 실제와 달랐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지.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감 마지막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예산 집행이 이뤄지도록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I Have a Dream.
물론이다.
누구에게나 꿈과 소망은 있다.
그래서 법이 할 일은
누구의 소망이 더 그럴듯한지를 고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소망을 들은 뒤에도,
사실을 확인하는 것.
숫자와 증빙, 그리고 사실.
한눈에 보는 팩트체크
| 내용 | 확인 결과 |
|---|---|
| 조희대 대법원장이 ‘못 먹어본 음식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 사실 |
| 조 대법원장이 사과하지 않았다 | 사실 아님 |
|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제출자료에 실제와 다른 참석 인원이 있었다 | 법원행정처도 인정 |
| 조 대법원장이 직접 허위 인원 작성을 지시했다 | 확인되지 않음 |
| 공직자 내부 식사는 무조건 1인 5만원 이하여야 한다 | 단정할 수 없음 |
|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실제와 다른 참석 인원을 업무추진비 문서에 적은 사례가 조사된 적이 있다 | 사실 |
FAQ
Q. 조희대 대법원장이 인원을 부풀렸다는 뜻인가?
아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는 것은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관련 제출자료에 실제와 다른 인원이 기재됐다는 사실이다. 조 대법원장이 이를 직접 작성하거나 지시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Q. 그렇다면 대법원장은 아무 책임도 없는 것 아닌가?
그 역시 현재 자료만으로 단정할 문제가 아니다. 직접 작성·지시 여부와 별개로 대법원장은 법원조직법상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구체적인 법적 책임과 기관장으로서의 관리·설명 책임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Q. 1인당 5만원을 넘었으니 청탁금지법 위반 아닌가?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다. 청탁금지법에는 상급자가 소속 하급자를 위로·격려하는 경우 등을 포함한 예외가 있다. 참석자의 관계와 식사 목적, 별도의 예산집행 기준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Q. 방심위 사례와 이번 대법원 사례는 똑같나?
아니다. 방심위 사례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실제와 다른 자료 작성 경위와 관련 실무자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안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직접적인 허위기재 관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글은 처벌을 직접 비교하기보다 공공기관에서 실제와 다른 회계 기록이 발견됐을 때 어떤 부분을 조사하는지 비교하기 위해 해당 사례를 소개했다.
자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6년 대법원 국정감사 관련 보도,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관련 뉴스타파 공개 원자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계검사’ 결과보고서,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사건 2016-425 결정례, 국가법령정보센터 청탁금지법·법원조직법 등을 교차 확인했다.
※ 공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은 개인의 고의·지시·범죄 성립 여부는 단정하지 않았다. 향후 감사·수사·재판 또는 대법원 추가 설명으로 사실관계가 달라질 경우 내용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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